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14만㎡ 부지에 추진되고 있는 복합단지 알파돔시티.2007년 5월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금융권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받는 데 계속 실패한 때문이다. 2006년 1월 자금공모에 나선 광명역세권 개발사업도 지금껏 착공조차 못했다. 이곳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자 공동투자자인 태영건설이 토지주인 LH공사를 상대로 사업포기를 요구하는 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도 PF에 발목이 잡혔다. 대표주자로 꼽혀온 용산개발사업까지 자금조달에 실패하면서 복합개발사업(공모형 PF)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용산 개발' 장기간 지연되나

용산역세권 사업은 부지면적 51만8692.5㎡,연면적 336만2526㎡ 규모다. 땅값 8조원을 포함해 사업비는 28조원이다. 2016년까지 100층 높이의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을 비롯 2000~3000채의 공동주택,상업 · 업무 · 문화시설을 짓는다.

시행사인 드림허브의 주주는 지분율 25%인 코레일을 비롯 롯데관광개발(15.10%),KB자산(10%),푸르덴셜(7.7%),미래에셋(4.9%) 등 30개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이다. 드림허브는 4차에 걸쳐 이뤄지는 토지 구입계약 중 4차 계약금을 지난달 말까지 내고 올해 토지보상에 착수,내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현재 마스터플랜을 확정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드림허브는 4차 계약금 미납으로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 주체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스터플랜 변경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밟을 수 없고 토지보상에도 나설 수 없다. 일부에선 28조원을 조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로 장기 지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업 왜 표류하나

드림허브가 토지대금을 못 낸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대출규제 등으로 자금줄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대부분의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드림허브는 이번에 미납한 7010억원 외에도 토지대금 및 올해 집행 예정이던 토지보상비 등으로 올해 말 1조4000억원,내년 3월 1조6000억원 등 1년 내에 4조원이 필요하다. 드림허브 측은 "올해와 내년까지 발생하는 자금부족분을 토지대금을 활용한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과 출자사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달자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둘러싸고 건설투자자와 전략 · 재무적 투자자 간 갈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분별한 사업 참여가 화근

PF 실패로 인한 사업 장기화는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시장 호황기에 벌어진 대규모 개발사업들의 경우 치밀한 사업성 분석 없이 과도하게 추진된 측면이 많다"며 "금융 경색도 원인이지만 리스크 분담과 참여자 간 역할 분담이 미흡한 사업구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까지 표류하면서 판교 알파돔시티,광교 파워센터 등 30~40여곳의 대규모 사업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전망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돼 자금조달에 병목 현상이 생겼다"다며 "여건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과도하게 사업계획을 짠 곳은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